운명이라 믿었던 관계를 잃어버린 상실감, 거기로부터 몽유병이라든가 환각이라든가 발현되는 것?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 하면서도 영화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뭔가 더 있다,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게 만든다. 나의 이 영화에 대한 감정은 이 의심 혹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을 빼앗긴 기분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쳐도 카롤의 저 운명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너무 굳건한 거 아닌가, 하는 질문 말이다. 모난 구석 없이 특별히 난봉꾼도 아닌데 조강지처 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가버린 앙투안도 이해가 안 되고, 단지 남의 남자 뺏는 금발 빗치처럼 보였던 로즈도 알고보면 첫 눈에 운명적인 사랑에 함락되어버린 가련한 여자라는 점에서도 갭을 느끼고, 새로 맺어진 그 커플은 사실혼 관계가 저럴 수 있나 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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