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후암동 고개를 넘어 남산도서관에 도착하기까지는 평보로 삼십 분이면 족하다. 효창동에 살 때는 삼각지나 이태원 방향으로 조깅을 하곤 했는데, 청파동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생각보다 가까운 남산에 마음이 기울었다. 미세먼지가 걷히고 날씨가 좋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바야흐로 꽃까지 만발한 오늘, 설레며 남산으로 향했다. 남산도서관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왕복 한 시간이고 평지가 반 언덕이 반이라서 코스가 딱 적당하다. 그런데 오늘은 꽃구경도 겸해 남산을 좀 걷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좀 앉았다 가기로 했다. 읽을 책을 두 권이나 챙겼는데, 막상 창밖에 꽃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걸 보며 공부가 될 리 없다. 게다가 하필 무슨 금융 입문서를 읽고 있어가지고 매우 읽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일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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