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의 무협소설. 북송-요나라 분쟁기 ( 11세기 ) 를 배경으로 송과 요는 물론 서하, 대리국, 토번, 여진 등을 포괄하는 큰 스케일의 작품이다.
김용의 후반기 소설 중 하나로, 소오강호, 녹정기와 함께 김용 소설 중 문학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천룡팔부는 법화경 등 불경에 나오는 불법을 지키는 여덟가지 신통력을 가진 중생을 가리키는데, 천신과 용을 으뜸으로 삼는다고 하여 천룡팔부라고 부른다. 제목에서 보여지듯 김용의 작품 중에서 불교 색채가 가장 짙게 반영되었고, 필체와 전개 등에서 수호지와 같은 중국 전통문학을 강하게 의식하고 씌여졌다. 작중 천룡팔부의 각 중생에 해당하는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각 중생들의 특징을 인물상에 반영하여 독자가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나마 수라도 진홍면, 소약차 감보보처럼 별호로 직접 드러내는 경우는 있다. 제목만큼이나 인물들의 상징성이 뛰어나고 복잡한 인과관계에 의한 갈등구조가 매우 치밀하고, 술어를 비롯한 묘사 전반에서 심오함을 드리우고 있다. 독자들 사이에서 김용의 쓴 소설 중에서 가장 형이상학적이고 난해한 작품으로 통하고 있으며, 그런만큼 예술성으로는 독보적인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 자체는 신필 다운 흡인력 있는 놀라운 재미를 선사하지만 대목 하나 하나 곱씹을수록 심오함을 느낄 수 있다. 등장하는 사물, 인물들이 대부분 종교적 테마를 가지고 있어서 거의 무협문학과 종교문학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작품이다. 예술성을 인정받아 중국 인민교육출판사가 2004년 11월에 펴낸 전국고등학교 2학년 필수과목인 어문독본 제2과에 실렸다. 무협소설의 문장 예술성을 인정받아 중국 교과서에 무협과로 따로 등재된 쾌거를 이룬 셈.
천룡팔부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사람이 아닌, 얼핏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주인공이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다가 나중에 필연적으로 한 군데로 모이게 되는 식의 구성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봉, 허죽, 단예 3형제가 메인 주인공이며 모용복과 유탄지도 적은 분량이나마 주인공 역할을 한다. 여기에 신수판에서 정춘추, 구마지, 모용박, 소원산 등의 사이드 스토리가 듬성듬성 추가되었다. 덕분에 사건의 복잡함이나 인물관계의 정교함이 김용 소설 가운데서도 압도적이며, 사소하게 지나치는 듯한 인물들까지도 내력이나 행동 등등이 모두가 뿌리 깊은 인연으로 서로 얽혀 있을 정도로 플롯의 응집성이 뛰어나다. 가히 고전소설 수호지가 방불케 할 정도로 각 인물의 플롯들이 독립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플롯으로 통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인물과 배경변화에 의아해다가 나중에 이것이 하나로 흐름으로 이어지며 차츰 명료하게 정리되고 해소되는 전개에 독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의 감명을 받게 한다.
단순한 플롯 전개의 정교함 뿐 아니라, 각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매우 뛰어나서 김용 모든 작품 가운데서도 전반기의 사조영웅전과 함께 가장 다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많이 탄생시켰다. 곽정에 맞먹을 정도로 무협소설 주인공으로서의 협객의 진수를 보여준 소봉부터 시작해서, 바보같지만 매우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단예와 허죽, 무공이 거의 신선의 경지에 이른 천산동모, 무애자, 이추수의 소요파 고수들, 구양봉을 방불케하는 독술의 달인인 정춘추, 박복한 무협판 철가면 유탄지, 후대의 많은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야심가의 전형을 만든 모용박, 모용복 부자, 단정순이 염문을 뿌린 도백봉, 감보보, 진홍면, 원성죽 등의 여인들, 비극적인 사랑의 진수를 보여준 아주와 아자 자매, 김용소설 전체에서 신조협려의 소용녀와 더불어 최고의 미녀로 꼽히는 왕어언 등등 남녀 전체에 걸쳐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천룡팔부의 주제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얽히고 얽힌 업보로 인한 가혹한 운명과 번뇌가 존재하며, 이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스스로 은원을 정리하고 털어내어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천룡팔부의 거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완벽한 악인보다는, 어떠한 고통스러운 사연으로 인해 피해자가 도리어 가해자가 된 사례가 굉장히 많으며, 자신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남을 돌아보지 않고 몸부림친 결과가 새로운 악업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이러한 악업의 연쇄적인 작용으로 인해 일을 꾸민 당사자는 말할 것 없고, 제 삼자 제 사자까지 동일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불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끝내는 방법은 결국 용서와 자비심으로 자신 스스로 업을 정리하고 은원을 해소하는 것이며, 이는 과거에 붙들려 불행하게 되는 인물과 과거를 훌훌 털어내버린 사람의 완전히 대비되는 결과로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인 소봉, 허죽, 단예는 바로 인간이 업의 굴레에 사로잡히게 하는 감정들인 탐진치에 빠지게 되는 인물을 대변함과 동시에, 여기에서 벗어남으로써 구원을 얻는 인간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천룡팔부는 자신이 가장 억울한 피해자라 애통해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더욱 더 심각한 가해자가 되어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군상에 대한 풍자이자, 지난날의 허물과 죄를 용서하고 털어내는 것은 단순한 도덕적인 미덕을 넘어서 세상을 진정한 의미에서 평화롭게 만드는 길이며, 이러한 은원만 털어낼 수 있다면 모두가 형제가 될 수 있다는 진정한 천하인으로서의 경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전까지 복수야말로 의리의 기본이라고 믿어졌고, 응징을 주요한 플롯으로 삼았던 기존 무협소설들의 방식에 반함과 동시에, 보다 큰 안목에서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서의 의리를 추구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전통적인 한족 중심적인 정의관을 넘어, 다른 민족까지 아우르는 보다 보편적인 정의를 추구하는 김용의 사상적 확장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그 의의가 매우 중요하다.
나중에 쓴 소설일수록 무공 묘사가 화려해지는 김용소설의 특징에 맞게 화려한 무공이 많이 등장하며, 작품 스케일이나 무공의 강함 등등도 최강급이라 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이전 작품에서 묘사한 무공들은 상당히 사실적인 느낌이었던 반면에, 천룡팔부에서의 무공들든 마치 선술이나 요술처럼 초현실적인 색채가 강하다. 바위에 공력으로 줄을 새겨서 바둑판으로 만든 다음 바둑을 둔다든지, 반로환동을 해서 말 그대로 나이를 거꾸로 먹으며 정말 주안술을 익힌 고수들이 나온다든지, 어떤 무공이든지 제약없이 구사할 수 있게 만드는 소무상공, 거의 레이저 병기마냥 묘사되는 육맥신검이라든지. 후반부인 허죽편에 이르러서는 이 작품에서 간접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소요파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그 신비한 미학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다. 덕분에 얼떨결에 절정의 신공을 익혀 고수가 되는 주인공이 많아서 기연의 비중이 강조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무공 뿐 아니라 원예와 바둑, 서화 등의 기예에 관해서도 굉장히 상세한 서술을 볼 수 있다. 무협 소설에서 시나 그림 등의 예술적인 표현이 나오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천룡팔부는 무공 묘사 못지 않게 기예로 승부를 겨루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소요자의 진롱기국 대목은 중국 현지의 프로바둑기사들도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바둑을 문학적으로 승화한 부분이다. 실재로 김용은 바둑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으며 집필 당시에도 바둑기사들과 많은 교류를 나누었다. 현지에서의 평에 따르면 약 4단에서 5단 사이의 기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바둑 외에도 만타산장에서의 산다화 동백과 비슷하게 생긴 화목으로 따뜻한 지방에서만 난다.의 종류와 원예법 등이 매우 자세하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기예들이 박진감 넘치는 무공 대결과 더불어 음양으로 조화를 이루어 일반적인 무협소설들이 범접하기 힘든 예술성을 뿜어낸다.
여담이지만 김용 월드의 히로인 중 가장 악질 얀데레인 아자가 등장해서 읽는 사람의 속을 긁기로도 유명하다. 사실 아자 외에도 천산동모, 이추수 개정판에 수정된 내용에 의하면 무애자가 이추수에게 소홀히 대하자 이추수가 정춘추와 사통한다. 이에 격노한 무애자가 둘을 죽이려 하자 둘이 공모해서 무애자를 암습해서 폐인으로 만든다. 이미 구판에서부터 수많은 젊은 사내들을 유괴해와 무애자 ( ! ) 앞에서 성관계를 가진 후 그들을 모두 살해하여 호수에 암매장을 해왔으며 자타공인하는 남자를 굉장히 밝히는 색녀+악녀이다., 섭이랑 개정판에서는 유괴한 아이들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은 삭제되었다고 하는데, 그러나 대신 유괴한 아이들을 다른 사람 집에 가져다 놓는다., 강민, 이청라 만다산장의 주인이자 이추수의 딸로 어머니 못지 않게 포악하고 잔인하다. 대리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붙잡아 만다라화 거름으로 사용하고, 단정순과 애인들이 대리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함정을 파서 단정순만을 빼고 단예를 포함해 모조리 죽이려고 했다. 등 모나고 사납기 짝이 없는 여자들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악행의 수준만 놓고 보면 사조삼부곡의 매초풍과 이막수급의 악녀들이 한 둘이 아니다.
국내에는 박영창 번역의 '대륙의 별'로 처음 소개되었다. 나중에는 제목을 '천룡팔부'로 바꾸어 재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