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서 한 번 살아볼까?" 정확히 14년전인 2007년 10월에 이런 단순한 생각만 가지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지역에 포함되는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의 플러튼(Fullerton)에 도착했었는데, 가족 3명의 비행기표로 커다란 짐 6개는 붙이고 3개는 기내반입을 해서, 가방 9개만 채워서 왔었다.
한국에서 미리 렌트 계약을 해놓고 온 타운하우스의 차고 앞에 그 짐들을 쌓아놓고 집주인을 기다리는 14년전 추억의 사진이다.^^ 그 후 차례로 베벌리힐스(Beverly Hills), 스튜디오시티(Studio City), 그리고 엔시노(Encino)로 총 3번의 이사를 했지만, 모두 넓게 봐서 LA 지역에 속하는 곳들이었다."동부에 가서 한 번 살아볼까?" 사진 속의 분홍색 츄리닝을 입은 꼬맹이가 2년전에 보스턴(Boston)으로 대학을 간 후에, 계속 우리 부부는 그런 생각을 조금씩 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코로나 팬데믹이 터져서 여러 상황에 변동이 생겼고, 딸이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것이 확실해져서, 우리 부부는 동부로 이사를 결정했다.
뉴욕은 집값도 비싸고 겨울에 너무 추울 것 같아서 (LA에서 14년을 산 사람에게는^^), 애틀랜타는 따뜻하고 집값도 싸지만 너무 남쪽이라서 후보에서 제외되었고, 우리의 목적지는 미동부 버지니아(Virginia) 주의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로 결정되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가 포토맥(Potomac) 강을 사이에 두고 바로 동쪽에 인접해 있어서,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Washington Metropolitan Area)에 속하기 때문에, 버지니아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포스팅의 제목은 그냥 LA에서 DC로 가는 것으로 했다.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대륙횡단이사를 하냐는 것인데... 이삿짐센터는 처음부터 아예 알아보지도 않았고, 컨테이너 박스 또는 유홀(U-Haul) 트럭 등을 빌리는 것을 검토해봤지만, 결론은 우리 차 두 대의 뒷자리와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모두 중고로 팔거나 나눠주고, 그냥 우리 차에 옷과 이불, 쓰던 냄비와 그릇 등만 싣고 대륙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정확히 14년전에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처음 올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뜬금없이 무슨 표냐고 하시겠지만, 바로 8월말부터 미국의 중고거래 사이트인 크랙리스트(Craigist)를 통해 처분한 목록으로, 8월말부터 올린 63개 중에서 출발 10여일을 남겨두고 소파, TV, 피아노를 포함해 55개 물품을 처분 완료했고, 최종적으로 냉장고와 안방 침대 등도 이 리스트에 추가되었다.아내가 그 동안에 모아둔 휴가를 많이 쓰는 것으로 해서 이사하는데 4주의 기간을 확보는 했는데, 문제는 차 두 대를 어떻게 몰고 가느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한 대로 아주 여유있게 횡단여행을 하고 아내가 새 근무지에 출근하는 동안 위기주부 혼자 LA에 남겨둔 차를 가지고 오는 방법과, 둘이서 각각 한 대씩 따로 몰고 동시에 두 대가 움직이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전체 일정이 좀 빠듯하더라도 둘이 함께 두 번을 횡단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붙어 다녀야지~^^
위의 지도는 2021년 10월 현재 미국땅의 63개 국립공원(National Park)의 위치들을 모두 표시한 것으로, 위기주부가 이미 방문한 35곳은 동그라미를 파랗게 색칠을 해놓았다. 이름을 노란색으로 표시한 아직 못 가본 6곳의 국립공원들이 중부 내륙에 있어서, 이번에 이삿짐을 싣고 대륙횡단을 하면서 방문하는 것이 여행의 주목적이다. 비교적 짧은 일정의 1차 횡단에서 아래쪽의 2곳을, 긴 일정의 2차 횡단에서 위쪽의 4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기본계획을 세웠다.
맨 처음 사진의 타운하우스에 들어갔을 때, 전에 살던 세입자가 우리를 위해 남겨두고 갔던 미주중앙일보사에서 만든 미국여행가이드 책자! 처음 1~2년 동안의 미서부여행에는 참 많은 도움이 되었었는데, 이제 또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대륙횡단을 하며 처음 가보는 여러 주(state)의 관광지들 중에서 잠시라도 들러야 할 곳들을 추려서 아래와 같이 두 번의 대륙횡단 경로를 잡았다. 그리고 이 오래된 여행책은 결국 위기주부와 함께 미동부까지 가서 남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1차 횡단은 구글맵에서 자동으로 계산되는 LA에서 DC까지 두 도시간의 최단경로에서 아래와 같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경로가 지나가는 왼쪽 절반인 '허옇게 표시된 미서부' 대부분은 그냥 열심히 달려야 하겠지만, 그래도 아리조나(Arizona)와 텍사스(Texas)에서 지나가는 루트66의 명소들과, 뉴멕시코(New Mexico)에서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내셔널모뉴먼트 한두곳은 예의상 잠시라도 들렀으면 좋겠다.
오클라호마(Oklahoma)를 지나 아칸소(Arkansas)에서 이름 그대로 온천으로 유명한 핫스프링스 국립공원(Hot Springs National Park)을 방문하게 되는데, 일정이 맞으면 '온천장'에서 하루 숙박을 하면 좋을 것이다. 그 후 테네시(Tennessee)로 들어가서 멤피스(Memphis)와 내슈빌(Nashville)의 두 도시는 약간이라도 관광을 하려고 한다.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와 경계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국립공원'이라는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 내셔널파크(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를 1차 여행의 마지막으로 잠시 들렀다가 버지니아(Virginia)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운이 좋으면 그레이트스모키의 유명한 가을단풍의 절정을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2차 횡단은 버지니아에서 집과 관련된 일을 처리한 후에 비행기로 LA로 돌아와, 다시 차를 몰고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매우 유동적이다. 따라서 대략 2주 정도의 기간이 가능할 것으로 가정하고, 일단 아래와 같이 4곳의 국립공원을 경유하는 경로만 대강 그려본 상태이다.
위 경로는 미서부 4개의 주가 한 곳에서 만나는 '포코너(Four Corners)'를 지나서 남부 콜로라도로 바로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만약 일정이 예상보다 여유가 있다면 미서부와의 이별여행으로 유타(Utah)의 아치스 국립공원을 잠시라도 들린 후에 콜로라도로 들어설 계획이다.
콜로라도(Colorado)의 4개 내셔널파크 중에서 유일하게 아직 못 가본 곳인 그레이트샌드듄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 Preserve)을 구경한 후에는 관광도시인 콜로라도스프링스(Colorado Springs)로 올라가서 '신들의 정원'은 꼭 구경하고, 중부 캔사스(Kansas)로 향할 생각이다.
2차 횡단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는 미주리(Missouri)와 일리노이(Illinois)의 주경계에 있는 세인트루이스(St. Louis)로 위 사진의 게이트웨이아치 국립공원(Gateway Arch National Park)의 저 꼭대기에 올라가 볼 생각이고, 또 버드와이저 맥주공장 투어도 시간이 되면 해보고 싶다.
그 다음은 켄터키(Kentucky)의 유일한(?) 관광지로 소개되어 있는 맘모스케이브 국립공원(Mammoth Cave National Park)의 동굴투어를 하고, 시간이 되면 근처에 있는 링컨 대통령이 태어난 사적지도 잠깐 방문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에 있는 작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어 미국 전체에서 63번째 막내인 뉴리버고지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New River Gorge National Park & Preserve)을 방문할 계획인데, 혹시 2차 횡단 일정에 여유가 없으면 여기는 그냥 건너뛰고 바로 버지니아의 집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여기는 앞으로 사는 곳에서 1박2일 정도로 주말에 충분히 방문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14년전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올 때처럼, 그렇게 또 '운명이 이끄는데로' 서부에서 동부로 떠난다. 좋게 말하면 도전적인거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 생각이 없는거고...^^ 두 번의 대륙횡단을 마치고 나서 11월 중순이나 되어야 다시 블로그로는 인사 드릴 수 있을 것 같고, 아마 그 때는 동부에서 새로 시작하는 '미국생활 Version 2.0'에 맞게 블로그 제목도 바꿔져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사이의 소식은 가끔 위기주부의 SNS로 간단히 사진과 함께 업데이트할 예정이므로, 페이스북 친구추가 또는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각각 클릭하시면 이삿짐을 싣고 대륙횡단여행을 잘 하고 있는지 가끔 확인이 가능하실 것이다.
처음 미국에 와서 1년여가 지났던 2008년 가을에 위 사진과 함께 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시(詩)를 블로그에 올렸었다. (위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하면 당시 포스팅으로 영시 원본과 번역본을 함께 읽으실 수 있음) 이제 또 아내와 나는 '가지 않은 길'을 택한다... 숲속 두 갈래의 길 중에서 다른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또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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