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스쳐간 영화를 좋아한다. 어쩌면 비교적 흔한 말이라 새삼 별 다른 고백도 되지 못하지만, 여름이 흘러간 영화엔 (좀 부끄럽지만) 나만 아는 뭉클한 엔딩이 묻어있다. 어느새 찾아와 어느덧 끝나버리는 여름처럼, 뒤늦게 바라보는 계절의 그림자가 그곳에 일렁인다. 가깝게는 미야케 쇼타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서 바라보던 새벽녘과 같은, 이시이 유야 감독의 '도쿄의 밤하늘은 가장 짙은 블루'에서 최고 밀도로 빛나던 우울의 하늘처럼, 세상 어떤 작은 벌레도 목청을 높여 노래를 할 것 같은 묘한 설렘이 너와 나 사이에 가득하다. 왜인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왜인지 자유로운 듯한, 왜인지 내가 아닐 수 있을 것 같은 몽상이 뙤약볕처럼 쏟아졌다 사라진다. 이마에 샘솟는 땀방울에 알아차리고, 몇 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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