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픽션, 1994

10/10/2019 / DID U MISS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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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운명보다 인연의 힘을 믿는다. '애초부터 모든 것이 정해져있다'라고 말하는 운명은 낭만적이지만, '엄청난 확률로 만난 우리'가 되는 인연의 애처로운 힘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생각한다. 세상만사 모두 운명만으로 굴러가는 거라면, 우리들의 만남을 그리 소중히 여기지 않아도 될테지.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도, 운명이란 작동 방식에 의하면 우린 언제 어디서고 다시 만났을테니까. 허나 인연은 다르다. 인연은 결과론적인 해석을 가미할수록 그 힘이 배가 된다. 지금 이곳에서 만난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도달했는지를 거꾸로 거슬러 천천히 계산하다 보면 엄청난 경우의 수가 쏟아져 나올테니까. 그리고 바로 그 인연의 기묘한 작동 방식을, 이 영화가 존나 괴랄하고 허무하게 잘 묘사한다. 묘수는 플롯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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