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의 등장인물. 엄격한 원칙주의자이며, 작품 전체에서 주인공 장 발장과 대립한다. 죽기 전 최종 계급은 경감. 유서의 서명에 의하면 Inspecteur de 1ère classe, 뜻은 일등 수사관. inspecteur는 꼭 특정한 경찰 계급이 아니라 수사관, 사복 형사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민음사 번역도 그렇게 되어 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 문서에도 "Inspector" 번역에 대한 서술이 있다. 장 발장과 마찬가지로 빅토르 위고의 절친 비도크를 모델로 창작된 캐릭터이다. 정확히는 '안티테제'에 가깝다. 자베르와는 달리 실제 비도크는 정반대로 상당히 호탕하고 밝은 성격에다 범죄자들을 유연하게 대하는 인물이었다.
외모
전체적으로 흉포한 표정을 띠는 얼굴. 사나운 구레나룻, 처진 눈썹, 납작한 코와 넓죽한 턱, 좁은 이마 등을 가졌다. 네모진 얼굴이라는 묘사가 있는데, 귀스타브 브리옹의 삽화가 이걸 참 잘 살렸다. 평소에는 사복형사로서 단추를 끝까지 채운 프록 코트 차림에 모자를 쓰고 납덩이가 달린 경찰봉을 끼고 다닌다. 1권 8장에서 장 발장을 체포하러 갈 때 흥분해서 제복 버클을 잘못 끼웠다는 묘사를 보아 정식으로 출두할 때는 제복을 입는 것 같다. 그리고 키가 크다. 작중 '키 큰 남자, 키 큰 그림자'라는 대사가 나오면 90%의 확률로 그건 자베르다.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었다는 묘사를 보아 앞머리를 길렀음을 알 수 있다. 머리색은 반백.
뮤지컬에서는 왠지 장발로 자주 등장한다. 포니테일 아니면 미역머리.
25주년 기념 무대와 2018년도판 드라마에서는 기존 묘사와는 달리 반삭의 흑인 배우가 자베르 역을 맡았는데, 만만치 않은 포스를 보여준다.
성격
엄격하고 순수한 양심을 지녔다고 묘사되며, 평생을 정의구현을 위해 살아간다. 성격은 치밀하고, 냉정하며, 원칙주의에 금욕주의자. 한 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라고 믿는다.
어머니가 점쟁이 1998년 영화판에서는 창녀., 아버지가 범죄자로 감옥에서 태어났는데, 이 태생에 대한 콤플렉스가 집요하고 이분법적인 성격에 한몫했던 듯 싶다. 유럽에서의 점쟁이는 대부분 집시들이 푼돈벌이로나 하는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직업으로 인식된다. 특히 합리주의와 이성주의가 대두되어 미신을 시대에 역행하는 천한 것으로 봤던 프랑스 혁명 전후의 프랑스에서 점쟁이가 사회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는 뻔한 일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사회와 숙명적으로 갈라져 있으며 사회를 공격하는 쪽과 사회를 지키는 쪽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왔고, 여기에서 한번이라도 죄를 저지른 사람을 악으로 몰아넣는 신념체계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팡틴과 바마타부아 사건에서 이런 면이 잘 드러나는데, 팡틴은 창녀라서 이미 죄를 저질러서 타락했다고 여겨지니까 6개월형을 선고하고는 먼저 잘못을 한 가해자인 바마타부아를 발코니 딸린 4층짜리 석조 가옥을 가진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감싸는 장면이 압권. 자베르에게 바마타부아는 곧 사회의 안쪽이었고 팡틴은 사회 밖에서 그를 공격하는 사람이었으므로, 전후사정 생각하지 않고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다. 사실 전과자나 출신 성분에 따른 판단은 예나 지금이나 벌어지는 일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전과자가 일반인에 비해 누범 성향이 적으므로 당장 21세기 선진국들에서도 범죄가 터지면 원한관계나 주변의 동종 전과자부터 조사한다. 이해가 안 되는 판결까지는 아니다 물론 현대 기준으로 보면 단순히 누범 성향이 있는 전과자를 우선적으로 경계하는 수사 기술의 수준을 넘어 노골적인 차별과 편견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작중 배경까지 생각하면 자베르가 어디까지나 그 당시 기준으로는 원칙에 충실한 인물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애초에 모든 성인에게 투표권이 보장된 21세기 현대와 부자들에게만 투표권이 있던 근대에 있어서 부자와 가난뱅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같았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특히 원작에서 바리케이드에 숨어들었을 때 가브로슈의 "너 밀정이지" 한 마디에 바로 "난 정부 관리다."하고 실토해서 죽을 뻔한다. 정부의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 심지어 목숨이 위태로워질 게 뻔한 상황에서 저러는 건 정직, 올바름에 대한 집착 때문으로 보인다. 감옥 출신이라 당시의 차별적인 사회에서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는 편견에 부딪혔던 시대에는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진실에 대해 집착하게 되었을 거라는 해석도 있다. 자베르가 작중 보이는 여러 행동들을 보면 일종의 강박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원작을 읽어보면 몇십 년을 장 발장만 쫓아다니며 언젠간 기필코 내가 잡아넣고 말겠다 24601" 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우연이 겹쳐서 만나면 쫓는 정도. "오늘의 사냥감을 쫒느라 어제의 사냥감은 잊어버린다."는 묘사도 있고. 다른 범죄자에게도 장 발장만큼 집착한다. 널리 알려진 버전인 뮤지컬에서는 방대한 원작을 압축할 필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장 발장과 자베르가 만나는 텀이 짧아지고 몇몇 인과관계가 생략되고 편집되다 보니 "저 경찰은 장 발장만 잡으러 다니나 보다"라는 오해가 퍼지게 된 것 같다.
다만 BBC 드라마판에선 확실히 장 발장한테 좀 유별나게 집착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바리케이드에 숨어든 것조차 발장이 이들을 선동했을 거라고 생각해서이며 정체가 들통나 잡혔을 때도 아베쎄의 벗들에게 "너희 두목 장 발장 어딨냐"고 묻는다. 물론 앙졸라의 반응은 "그건 뭔 듣도 보도 못한 놈 이름이냐? 우린 남한테 선동당한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모인 거다".
또, 소설에서 자베르는 장 발장을 24601이라고 한번도 부르지 않으며, 사실 원어로 하면 방꺑씨썽떵 ( vingt-quatre six cent un, 24와 6x100+1 ) 으로, 1991년 프랑스 뮤지컬에서 이 번호로 나온다. 심지어 이 번호가 언급되는 빈도 자체가 매우 드물다. 그나마도 2권에선 9430으로 바뀐다.
경찰로서의 자베르
당시 파리의 경찰청장이었던 앙글레스의 비서관 샤부이예의 눈에 들어 교도관에서 몽트뢰유쉬르메르의 사복형사가 되고, 그곳의 시장이었던 장 발장을 체포했다. 이후 탈옥한 장 발장에 대한 수사를 이끌도록 파리로 불려 온 것을 계기로 파리 경찰청에 소속된다. 이 때 역시 샤부이예의 관여가 있었다고 한다.
작중 여러 묘사를 보아 경찰로서 꽤 유능한 사람이다. 2권의 "그는 명예롭게 유익한 인물이 되었다."는 서술과, 자베르가 자살한 뒤 경찰들이 자베르에 대해 "나무랄 데 없고 상관들에게 매우 존경을 받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평가한 것 그런데 다음 문장이 "유서를 보아하니 정신이상 발작으로 죽은 것 같다"이다. 컴플렉스로 인한 법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동료들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던 듯. 여기서 "나무랄 데 없는 ( irréprochable ) "이라는 단어가 자베르의 탈선 챕터의 문장 "그에게 있어 이상은 인간적이거나 위대한 것, 숭고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이상은 나무랄 데 없는 ( irréprochable )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아까 오류를 범했다." 에 나온 단어와 겹친다. 바리케이드 사건 이전까지 자베르가 적어도 그의 이상에 있어서는 성공했다는 점과, 그의 죽음의 이유가 된 '오류'를 장 발장을 포함하여 아무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의미심장하다.을 볼 때, 경찰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죄자들 사이에서는 가히 배트맨을 방불케 하는 위상을 자랑한다.
( 전략 ) 쉽사리 짐작되듯이, 자베르는 법무부 연간 통계표의 '깡패'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모든 족속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자베르의 이름만 들려도 그들은 줄행랑을 쳤고, 자베르의 얼굴이 나타나면 그들은 화석처럼 굳었다. 이 무서운 사나이는 그러했다.
파트롱미네트를 소탕할 때 한 범죄자가 세 걸음 앞에서 총을 겨누고도 "저게 자베르야, 난 감히 저 사람을 못 쏘겠어." 하고 말할 정도면 진짜 명성이 자자하긴 했나 보다. 근데 그 다음 장면에서 테나르디에가 대신 쏘려는데, 자베르는 눈 까딱 안 하고 "쏘지 마! 어차피 빗나갈 테니!" 하고 말한다. 그리고 총은 진짜 빗나간다. TV Tropes에 이 장면에 대한 세 가지 해석이 있다. 첫째, 자베르는 옳은 일을 하면 하느님께서 지켜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 그렇게 자신만만했다. 둘째, 자베르는 뉴비가 아니다. 경험을 통해 습도며 각도며 그런 걸 다 계산해서 알아맞췄다. 셋째, 자베르가 "총이 빗나간다"고 말하면, 그 총은 빗나간다.
자베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도 대단하다. 책을 읽다 보면 자베르가 얼마나 자기 일을 즐기는지 느껴진다. 게다가 마을의 존경받는 유력자를 직감으로 20년 전에 본 전과자라고 맞추는 거 보면 하늘이 내린 경찰이다. 장 발장이 죽었다고 신문에까지 실렸는데도 거짓임을 알아챈 것, 마리우스 퐁메르시가 파트롱미네트 사건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딱 적절한 시간에 현장에 들어가는 것 등을 보면 진짜 찍신이다. 바리케이드에서 포로로 잡혀 죽음만을 기다리면서도 동향을 살피고 이름을 외울 정도면 정말 인생 전체를 직업에 쏟아부은 사람이다. 그 때문인지, 2012년판 영화에서는 1832년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탄 모습으로 나왔다. 이 훈장은 소설에서도 몇 번 언급되는데, 마리우스의 아버지가 나폴레옹으로부터 직접 받은 훈장이었고, 장 발장 역시 마들렌이라는 이름을 쓸 때 받을 뻔 했지만 거절해서 받지 않았다.
'자베르'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경찰의 대명사같지만, 은근 인간적인 면도 있다. 여유가 생기면 코담배 한 움큼을 맡는 버릇이 있다던가 작가 : "이것이 그가 인간임을 증명한다." 2권에서 장 발장을 경찰 포위망 안에서 도망치게 두고 코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외투를 태워먹는다던가. 그래놓고 하는 소리가 "아 이런, 내 망토를 또 태워 먹었네. 이 벽난로는 불을 너무 세게 맞춰놓는다니까. 또 테나르디에 부인한테 "너한테는 남자 같은 수염이 있지만, 나한테는 여자 같은 손톱이 있다라고 대사를 친다.
파트롱미네트를 체포할 때, 테나르디에가 경찰이 온다며 "이런 난장판에서 종이 쪽지를 모자에 넣고 뽑기를 하잔 말이야?"하고 우왕좌왕하는 깡패들에게 한 마디 할 때 "내 모자를 줄까?"라고 끼어들며 등장하기도 한다.
2권에서 자베르가 장 발장을 체포하려 할 때 경찰청에 조력을 구하면서도 체포하려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1. 장 발장이 놀라서 도망칠까봐 2. 나의 죄수를 고참들한테 빼앗길까봐 3. 자베르는 예술가여서, 다 잡아놓은 다음에 짜잔! 하고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 확실히 로봇 같은 사람은 아니다. 대부분의 인간적인 면모가 전부 경찰이라는 직업 안에서만 존재하는 게 문제지.
더없이 유능하고 엄격하면서도 임무에 대한 열의로 가득차 있는 양반이라, 마리우스는 자베르와의 첫 대면에서 침착하면서도 초조해 보였다고 생각했다. 엄격한 성격의 경우 자타를 가리지 않는지라, 시장 마들렌을 장 발장으로 의심해 고발 투서를 넣었다가 오해로 드러나자 물론 실제로는 마들렌이 장 발장이 맞았다!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는데도 마들렌을 찾아가 자진해서 파면시켜 주십쇼라고 읍소할 정도이다. 원작에서는 자베르가 제법 길게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당신 ( 마들렌 ) 이 이유도 없이 베푸는 호의를 경멸해 왔다. 이제 와서 명백한 죄를 저지른 나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 나는 항상 범죄자를 잡아가두며 '잘못한 자는 벌을 받는다'라고 생각해 왔다. 이제 내 차례가 왔는데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야비한 일이다. 나는 튼튼한 두 팔이 있으니 농사라도 지으며 살아가겠다. 나를 파면해달라. 그리고 마들렌이 파면을 거부하고 악수를 청해도 경찰의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나는 이미 밀정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악수조차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