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은 지금 수많은 선배님들로부터 용기를 전해받으며,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온
고시엔이라는 최고의 무대에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 섰습니다.
지금 저희가 여기 있는 것은 고향의 모두들은 물론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저희를 지탱해 주신 덕분입니다.
그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그리고 전국의 모든 분들이 “고교야구를 보러 가자!”라고 말씀하실 수 있도록
고교생답게, 거침없이, 시원하게, 정정당당히 플레이하겠습니다.
저희들의 모습이 모두에게 희망과 꿈과 힘을 전할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이 다할 때까지 전력으로 싸울 것을 맹세합니다!
ㅡ 2014년 봄 고시엔 선수 선서 中
일본의 고교야구 대회. 통칭 고시엔이라 불리는 야구대회는 두 가지로, 마이니치 신문에서 주최하는 3월의 고시엔은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 아사히 신문에서 주최하는 8월의 고시엔은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는 전자를 센바츠 ( センバツ ) 선발의 일본어또는 봄 고시엔 ( 春の甲子園 ) , 후자를 여름 고시엔 ( 夏の甲子園 ) 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둘 다 2번 항목인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런 별칭이 붙었다. 좁은 의미의 고시엔 대회는 여름 고시엔, 즉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만을 뜻한다.
봄 고시엔이라 불리는 선발대회는 추계대회 성적이 우수한 32개 학교를 선발해서 겨루는 대회이다. 이 추계대회부터 난이도가 상당하다. 각 지역의 현 대회에서 이기고 나서 상위 대회인 지방 대회까지 이겨야 하기 때문. 각 권역별 추계대회 성적이 우수한 29개교를 일반전형으로 선발하고 이른바 21세기 전형 ( 21世紀枠 ) 이라 불리는 특별전형으로 나머지 3개 고등학교를 선발한다. 이 21세기 전형의 선발 기준은 좀 해괴한데, 이른바 "타의 모범이 되는 학교"를 선발하므로 야구를 못해도 선행으로 유명하거나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교들을 선발하곤 한다. 덕택에 지역예선을 뚫고 출전한 학교가 21세기 전형 팀에게 지면 희대의 망신으로 취급당한다. 2010년 선발대회에서 시마네현의 명문 카이세이 고교의 감독은 21세기 전형팀인 코요 고교에게 패배하자 선수들에게 어떻게 21세기 전형팀 따위에게 지느냐며 폭언을 퍼부은 것이 고교야구연맹에 제보되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한편 일반전형 학교들도 추계대회 성적순으로만 뽑히는 것은 아니다. 추계대회 성적에 학교가 가지고 있는 기본실력 등이 고려되어 선발되기 때문에 추계 지역대회에서 4강에 들어갔던 학교가 탈락하고 8강에 그친 학교가 선발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추계 지역대회도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 대회인 까닭에 그러한 점을 고려하는 것.
여름 고시엔은 각 도도부현별 지역예선 토너먼트의 우승자들이 모여 겨루는 대회이다. 그냥 고시엔이라고 하면 보통 여름 고시엔을 의미한다.진정한 의미에서 각 지역의 대표자들이 출전한다는 점에서 봄의 고시엔보다 여름의 고시엔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다. 물론 봄 고시엔의 인기도 많지만, 여름 고시엔은 그걸 뛰어넘어 일본인들의 여름을 상징하는 국민적 대축제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엄청나다. 고시엔이 워낙에 넘사벽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보니 야구는 미식축구와 함께 인터하이에 포함되지 않는 두 종목 중 하나이며, 매 경기마다 47,000석에 달하는 거대한 고시엔 구장이 만원에 가깝게 들어차고 대회의 시청률은 무려 20%에 육박한다.
여름 고시엔은 그야말로 일본 야구소년들의 꿈으로서, 일본 고교야구선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진학이나 프로입단이 아닌 고시엔 진출로 여겨진다. 그래서 주니치 드래곤스는 아예 팬페스타에서 고시엔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이 자학하는 개그성 영상을 나고야 돔에서 틀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 U-18 야구 국가대표팀 구성에서도 고시엔 멤버들을 모두 제외하고 고시엔 탈락팀에서 차출하거나, 아예 국제대회 참가를 거부할 정도. 다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기조가 좀 바뀌어서 고시엔 출장 고교에서 어느정도 차출하고 있다. 최근 3년간을 보면 2015년 U-18 대표팀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고시엔에서 출전했던 고교 출신이었다. 2016년은 14명, 2017년은 10명. 2017년에 갑자기 줄어든 이유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강호 교들이 유래없이 현 대회에서 탈락하며 정확한 기량 판단이 어려웠다는 점과, 2017년에는 고교 투수들이 흉작이라고 할 정도로 좋은 투수가 많지 않은 점 때문. []
고시엔의 우승이 바로 고교야구 전국제패가 된다. 문제는 이것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다는 것. 고시엔에 진출하려면 지역 예선에서 최소 5연승, 고시엔에서 우승하려면 그 지옥을 뚫고 온 지역대표들을 상대로 또 최소 5연승을 거두어야 한다. 즉, 최소 10번을 이기는 동안 한 번이라도 지면 거기서 끝. 일본에서는 고시엔에서의 패배를 일명 ‘여름의 끝’이라고 표현한다. 한국과 달리 여름을 마지막으로 해당 학년의 공식시합 일정이 종료되기 때문. 10연승으로 우승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운 좋은 경우이다. 오사카나 가나가와 등의 대형 지역에서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7연승 혹은 8연승을 거두어야 고시엔에 진출할 수 있다. 역대 단일 지역대회 예선 최다 출장교 기록은 2000년도 제 82회 대회 가나가와현 지역예선의 207개교이다. 고시엔 본선에서도 5연승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은 대진운이 좋을 때에나 해당하고, 상당수의 학교는 1회전-2회전-3회전 ( 16강 ) -준준결승-준결승-결승을 거쳐야 한다. 즉, 경우에 따라 14연승을 거둬야만 우승할 수 있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월드컵 지역예선을 빗대어 설명하자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을 진출하기 위해선 아시아 예선전을 한번도 패한 경기 없이 최종예선까지 포함해 모든 경기를 승리를 해 1위를 해야만 본선 진출이 확정되어지는 것과 같다.
고시엔 우승팀을 역사상 단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지역도 수많을 정도로 경쟁은 치열하다. 예를 들어 동북지방 6개 현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우승팀이 없었기 때문에 고시엔 우승은 일명 ‘동북의 비원’이라 불리며, 심지어 다르빗슈 유를 내세운 도호쿠 고교조차 2003년 여름대회 결승에서 무너지며 동북지역의 첫 고시엔 우승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 거대한 홋카이도도 2004년 코마자와대부속 토마코마이고교의 우승 전까지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도쿄, 오사카, 가나가와, 아이치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사이타마현도 2017년 99회 대회에 와서야 비로소 여름대회 첫 우승팀을 배출했다. 2019년 대회까지의 기준으로 47개 도도부현 중 19개 현이 고시엔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프로선수들 중에서도 3년 내내 고시엔 구경조차 못해본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신조 츠요시가 한신 타이거스에 입단한 이유는 “고교 시절에 밟지 못한 고시엔을 홈구장으로 쓸 수 있다”는 아버지의 감언이설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이외에도 MLB에서 맹활약 했던 우에하라 고지나 구로다 히로키도 고교생활 내내 고시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실제로 매년 지명되는 선수들을 보면 거의 절반에 달하는 선수들이 고시엔 진출경력이 없다.
그만큼 엄청난 고난을 겪고 얻어낸 성과이기 때문인지, 고시엔에서의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이 나라 잃은 것처럼 통곡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9회말 굿바이 패배라도 당하면 패배팀 전원이 그라운드와 덕아웃에 쓰러져 한참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는 안쓰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더 열심히 노력해 다음 해를 기약하면 되지 울기는 왜 우느냐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다시 한번 위의 설명을 자세히 읽어 보시도록. 워낙 경쟁이 심한 건 둘째 치고, 아예 지역예선 자체가 헬게이트급이라 전국대회 출전 가능성조차 로또급으로 어렵기 때문에 다음 기회를 생각할 여지가 없다. 위의 대진표를 보면 알겠지만, 해당 지역 예선만 보더라도 야구 실력이 난다 긴다 하는 팀들도 많고 더구나 지역대표 야구 명문고교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한두 팀은 반드시 존재하고 있는지라 이들을 넘는다는 것조차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덧붙여 대부분의 주전선수들은 3학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학년에게 다음 해라는 건 당연히 없다. 단 한 번이라도 졌다간 3년간 죽기 살기로 노력해 온 고교야구 자체가 끝나 버리는 것이다. 이러니 3학년이 고교시절 동안 단 한 차례라도 고시엔 무대를 밟아 봤다면, 그야말로 삼대가 덕을 쌓았다고 여길 만큼 복받은 정도로 드문 케이스이다. 여기에 고시엔 우승까지 경험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천운을 타고난 것이라고 보는 게 정상이다.
최악의 케이스는 고시엔 진출권을 건 지역대회 결승에서의 패배. 이때는 정말로 선수들과 감독, 매니저, 그리고 관중석의 응원단까지 수천 명이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는 광경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2016년 서도쿄지역에 속한 도카이대학부속 스가우고교는 지역예선 결승에서 패함으로써 3년 연속 지역예선 결승에서 탈락하는 비극을 연출했다. 특히 2016년의 경우엔 기존 서도쿄지역 강호인 니혼대학제3고교와 와세다실업고가 모두 준결승에서 떨어지고 결승 상대로는 그 동안 고시엔에 단 한 차례도 올라가지 못한 무명 하치오지고교가 올라와 손쉬운 낙승이 예상되었지만, 연장 11회에 통한의 역전타를 얻어맞는 바람에 3년 연속 콩을 찍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비슷한 시기인 2016~2018년의 야마구치현의 우베 고죠 ( 宇部鴻城 ) 고등학교 역시 3년 연속 지역대회 결승에서 떨어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2019년에는 기어이 4년 연속 지역대회 결승을 진출해 승리하여 고시엔에 진출했다. 우베 고죠고등학교를 지역예선 결승에서 꺾고 고시엔에 진출한 고등학교는 타카가와가쿠엔고등학교 ( 2016년, 제98회 대회 ) 와 시모노세키국제고등학교 ( 2017년~2018년, 제99~100회 대회 ) 이다. 가나가와현의 토카이대학부속 사가미고교 역시 2006~2008년 3연속 지역대회 결승에서 패배해서 떨어진 적 있었다. 이때 스미 코타는 2006년 입학생이었기 때문에 고1/고2/고3 모두 고시엔 문턱에서 팀이 탈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고시엔 본선에서 졌을 때도 선수나 관중들이 울기는 하는데, 일단 분위기 자체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차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최소한 고시엔에 오기는 왔으니까. 그러니 고시엔 티켓이 달려있는 지역대회 결승 경기는 진짜 사느냐 죽느냐의 분위기. 거기다가 역전패를 당하거나 심한 경우 끝내기로 질 때는 그야말로 선수들과 응원단은 멘붕에서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2001년 후쿠시마현 지역대회 결승에서는 강자인 세이코 학원과 니치다이 도코후 고교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는데 11회초에 4점을 뽑으면서 니치다이 도호쿠가 무난히 고시엔 진출을 이루는 것처럼 보였지만 11회말 공격에서 연속 안타, 볼넷, 야수 선택이 겹치면서 점수를 계속 허용하고 결국 중견수를 넘어가는 주자 일소 적시타가 터지면서 그것으로 사요나라. 경기가 끝나면 원래 모든 선수들이 홈베이스를 사이에 두고 일렬로 서서 인사를 해야하는데 니치다이 도호쿠 선수들은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도 못한다. 응원단 역시 울음바다.
2020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79년 만에 봄과 여름 고시엔 모두 개최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