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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속에서 낮잠을 자다. 베네치아 2013/03/03 눈이 휘둥그레지는 어떤 여행지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지가 아닐 것이다. 아마 매일 출근할 때 스쳐가는 골목이거나 장을 보러 가는 뒷길일지 모르는 그곳에 나와 어떤 여행자 무리들이 있었다. 베네치아의 모습은 왠지 아득한 풍경이었다. 말로만 듣던 운하와 수상 버스, 곤돌라들이 당연스럽게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 당연스러움이 외지인인 나에게는 오히려 당혹스러웠다. 이런 별풍경이 생활의 장인 사람들도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어서 그랬다. 어떤 장소의 독보적인 개성이나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이란 기분이 좋다 못해 사람을 당혹시키는 성질도 가지고 있나 보다. 이탈리아의 어떤 도시들보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그게 너무 당연해서 사람을 어이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