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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원 블루스 새벽 여섯 시에 세트장에 도착했다. 세트장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인범의 고시원 세트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좁은 고시원 세트는 내가 과거에 잠시 기거했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어폰을 꽂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와 9와 숫자들의 ‘유예’를 번갈아가며 들었다. 처음 고시원에 있었던 고3 때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노래와 함께 청춘이라 이름 붙일 만한 십수년의 세월이 찬찬히 그려졌다. 내 인생에 서른 살이 실제로 존재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부터, 업계에 들어와 드라마 일을 하기까지의 시간들. 내 한 몸 누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었던 작은 공간의 포근함. 고시원 천정을 쳐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