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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땐 나는 알아버렸네." 장율의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노래가 울리는 순간, 이 판타지 같던 연애는 현실로 돌아왔다. 언제나 계층과 부의 차이를 주요 갈등 요소로 삼았던 김병욱 감독은 신분 차이의 현실적 요소가 사랑하는 감정을 가진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변주를 잘 풀어낸다. 이 변주가 유독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시트콤의 장르적 특성과 대비되는 브극적 전조를 자주 보여주기 때문이다. 드라마든 영화든 힘든 사랑을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는 처절한 멜로의 영역이나 달콤한 로코의 영역에서 주로 소비되는 소재였다. 그러나 시트콤 속에서는 캐릭터 간의 갈등과 캐릭터가 처한 환경의 갈등이 어우러져 연애의 판타지와 현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