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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어제 반나절만에 날아가버린 9만원 가량의 여행자금을 생각하며 일어났다. 좋아, 오늘은 순순히 내 돈을 날리지 않겠어! 흥정의 여왕이 되어주마! 마음 속 깊이 이상한 다짐을 하며 싹 씻은 뒤 까사의 로비(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거실)로 나갔다. 로비에는 영어를 한마디도 모르는 할아버지 직원과 말포이가 있었다. 할아버지와 '올라!' 인사를 한 뒤, 말포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말포이는 막 샤워를 하고 나온건지, 웃통을 벗은 채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었다. 음, 역시 게르만족. 눈이 즐겁군. 말포이 : 어? 벌써 나가? 나 : 어! 아바나는 어떤 도시인지 너무 궁금해! 역시나 어제처럼 묘한 미소를 짓는 말포이. 말포이 : 뭐, 잘 구경해봐. 아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