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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에 등장한 <칠수와 만수>는 그 당시 소외된 계층의 처지와 애환을 그립니다. 범죄자의 아버지를 둔 이유로 사회에서 제명당한 만수와 아버지의 무능함과 부족한 연줄로 삶을 시작하지 못하는 칠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외된 계층의 처절함만 그려내지 않고, 그 삶 속에서의 유쾌한 순간들을 그려서 너무 신파적으로 흐르지 않게 한 점을 높게 칩니다. 심지어 감정이 격렬해지는 마지막 씬 조차 눈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카메라는 의미심장한 음악을 깔고 이들을 관조할 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클라이막스가 안 격렬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전부터는 두 사람의 빼빼마르고 답답한 일상만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들이 옥상에서 소리지르는 일탈에서 묘한 쾌감을 얻게되기 때문입니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