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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은 단순히 '지명'만이 아닐 것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는 마을 이름은, 모두가 자신을 알아보고 그 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그 마을의 이름이란, 주인공 리에게는 다시 꺼내어 차마 정면으로 마주할 수 없는 죄책감의 거대한 덩어리 그 자체다. 형의 죽음은, 날이 채 풀리지 않아 당분간은 주검인 채로 냉동 닭 신세를 견뎌야 하는 형의 그 죽음은, 냉동 닭처럼 얼려 눈에 안 보이게 쑤셔 쳐박아두었던 리의 기억들을 억지로 꺼내어 강제로 해동해 버린다. 마음을 닫고 감정을 차단한 채 비루한 일상을 반복하던 리의 삶은 그것이 고통을 견뎌내는 방식이 아니라 그저 못 본 척 모르는 척 회피하는 방식이었기에, 이 날에 대해 전혀 대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얼어붙었던 기억은 '맨체스터 바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