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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충무로다. <쉬리> <실미도>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등이 분단의 상황을 스크린으로 끌어안으며 흥행에서 단맛을 봤다. 시대가 변하면서 분단을 대하는 영화들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과거 이념 대립에 맞춰졌던 초점은, 분단이라는 물리적 제약에 영향 받는 ‘개인’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변화를 잘 캐치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바로 <의형제>다. <간첩>은 <의형제>가 걸어간 노선을 고스란히 따른다. 영화는 쓸모 없는 신세로 전락한 후 밥벌이에 고심하는 남파간첩들을 생활고에 허덕이는 소시민에게 대입해 공감을 끌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