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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용산. 너무나 생생한 영상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듣거나 어디선가 읽은 게 아닌 내가 직접 기억하는 사건 중 가장 경악했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 서울 한복판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던 사람들마저 한순간에 개발정책의 적으로 간주되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 눈 앞에서 불에 타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 사건. 그 이후로도 단지 부동산 정보로서 '재개발'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거나 아무런 감정 없이 용산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가끔은 신기하게, 가끔은 끔찍하게 여기도록 만든 사건. 어차피 다 알고 있는 사실들뿐일 걸 알면서 난 대체 이 다큐를 왜 보러 간 걸까. 다시 괴로워하기 위해서? 다시 분노하기 위해서? 아니면 잊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