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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마의 마지막 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창문의 하얀 커텐으로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창문을 벌컥 열고 하늘을 확인했다. 아자! 날씨 좋잖아! 어제는 쿨한 척 '비 와도 로마는 좋아'라고 했지만 역시 날 맑은 게 짱이시다! 나는 기운차게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사실 로마에 머무는 동안 나는 내가 무진장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느긋하게 일어나 느긋하게 준비하고 느긋하게 밥먹고 느긋하게 둘러보고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마지막 날인 오늘 만큼은 부지런하게 다니기로 했다. 게다가 오늘은 날씨도 좋아! 이런 날 게으름 피우면 너무 아깝잖아! 얼른 나가자!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씻고 조식 먹고 옷 갈아입고 하다보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어버렸다. 아, 정말! 오늘도 늦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