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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날씨가 많이 덥다. 에어컨 밑에 앉아 있는데도 이마엔 땀에 맺히고 커피잔엔 이슬이 맺힌다. 평소 같았으면 닦아내기라도 할 텐데, 한번 터진 주인 여자의 수다는 그럴 틈조차 주지 않는다. 헤드폰을 한쪽 귀에만 살짝 걸쳐 놓고, 난 아직 작업 중이니 좀 혼자 놔 달라는 사인을 강하게 어필한다. 이여자는 눈치가 없는 건지, 이방인이 반가운 건지 쉴 새 없이 자신의 속초 이야기를 쏟아낸다. "결혼하고 남편이랑 부천에서 맞벌이 하면서 살았었어요. 연애할 때는 둘이 좋아하는 커피 마시러 많이 다녔었는데, 결혼하고 애들 생기고 하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커피 한 잔 할 시간이 없는 거에요. 회사일에, 집안일에, 애들 챙겨야지, 밥해 먹어야지. 정말 여유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충동적으로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