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함에 익숙해진다는 것

4/30/2012 / 사치와 평온과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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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리퍼>. 그 곡을 듣고 있으면, 열차의 시트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전신주나 역이나 터널이나 철교나 소나 말이나 굴뚝 등 온갖 것들이 빠르게 뒷쪽으로 지나가버린다. 어디까지 달려도 별다른 경치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옛날엔 꽤 멋있는 경치처럼 여겨졌는데 말이다. 옆자리에 앉는 상대만이 가끔씩 바뀐다. 그떄 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은 열여덟 살의 여자아이였다. 나는 창가에, 그녀는 통로 쪽에 앉아 있었다. "자리를 바꿔줄까?"하고 내가 묻는다. "고마워요. 친절하시네요."하고 그녀가 말한다. 친절한 게 아니란다, 하고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너보다는 훨씬 더 따분함에 익숙해져 있는 것뿐이란다. 전신주 숫자를 세기에도 지쳤다. 서른두 살의 데이 트리퍼. <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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