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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눈이 번쩍 뜨였다. 마지막 짐 점검을 하고 집을 나섰다. 공항버스는 정류장에 표기된 시간보다 늦게 왔다. 공항버스는 시간 칼 같이 지켜야 하는 거 아냐? 하자, 달이 말했다. 이제 우리가 가는 곳에서 이런 기다림은 아마 일상적인 일이 될 거야. 그랬다. 그건 일종의 예언이었다. 카운터에서 수화물을 부치고 보딩 패스를 받아들었다. 무려 석 장. 이제껏 우리가 가 본 곳 중에서 아마 제일 먼 곳. 하루를 꼬박 날아가야 했다. 입국 심사대를 거쳐 제일 먼저 한 것은 아침 먹기. 나는 고추기름 동동 뜬 순두부 국물을 떠먹으며 미리 그리워했다. 무엇을? 매콤짭짤한 국물을. 늘어선 면세점을 훅훅 지나쳤다. 가방도, 악세사리도, 향수도 사지 않은 우리가 멈춘 곳은 한국 기념품 판매코너. 그곳엔 한복 입은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