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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세이지와의 대화』 책 뒤편에 실린 역자 후기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혼자 극장에 <에비에이터>를 보러 갔다. 세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영화의 강렬하고도 사적인 어떤 느낌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영화 마지막에 강박에 사로잡힌 하워드 휴즈는 컴컴한 화장실에서 혼자 거울을 보며 “그게 우리의 미래야” 하고 되뇐다. 그리고 영화는 암전된다. 어둠 속에서 차츰 글렌 밀러의 <Moonlight Serenade>가 흐르고, 잠시 후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의 이름이 뜬다. 그때 객석에 앉아 느꼈던 전율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이 인터뷰집에서 스코세이지는 디카프리오의 저 대사에서 끝맺는 엔딩이야말로 <에비에이터>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