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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넨버그의 주 은유 대상이라면 대개는 에이즈, 매독 같은 것들이다. 더러운 성병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당대에 공감 가능한 위협이라는 점, 그래서 크로넨버그의 공포는 늘 즉각적이고 직관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 이르러서 크로넨버그의 인체변형 프릭쇼는 미래에 대한 불쾌한 예언서를 테마로 잡아버린다. 갑자기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사이버 네트워크라는 개념 자체를 쉽게 대중이 상상할 수 없는 시대였으니만큼 영화 속 공포와 저주의 매개체는 비디오 테이프로 표현되지만, 영화가 비디오와 그 비디오에 탐닉하며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들을 통해 묘사하는 지옥도는 딱 지금의 인터넷 문화 군상에 적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초신경(과 이상성욕)을 자극하는 시청각 매체에 빨려들듯이 집착, 현실의 것과 가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