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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KPC에 도착했을 땐 좋아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배낭에 짓눌린 몸은 금방이라도 땅 속으로 꺼질 것 같았다. 거기다 운이 좋지 않으면 키부츠에 배정받는데 수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얼른 내가 생활하게 될 키부츠를 배정받고 그 곳으로 가서 짐을 풀고 쉬고만 싶었던 나는 잔뜩 긴장해서 담당자의 입술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러 리스트와 내가 원하는 조건을 맞춰본 뒤 키부츠 이름이 담당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Hazorea Kibbutz" 키부츠 규모가 꽤 큰 편이라 봉사자도 많고 좋은 곳이라 했다.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에 바로 수속을 끝내고 서류가 든 봉투를 받아나와 환전한 뒤 택시를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