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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나의 얕은 덕력은 판타지 쪽으로까지는 뻗지 못하여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과 같은 톨킨의 작품은 영화 시리즈로만 접하는게 고작이었던데다 그나마도 열광했다기보다 '주위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나도 봐주마' 식의 뻣뻣한 자세를 고수했다. 그러나 그 중 하나, 이야기의 본 가지에서 살짝 벗어난 사변 취급인 "두 개의 탑"에만은 매료되어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반복 감상하게 되었으니... 매료된 첫 번째 이유는 로한이라는 나라의 이야기. 황무지가 대부분인 국토, 거창한 이름과 달리 초라한 궁성은 중세 영국을 그대로 옮겨놓은데다 저주받은 국왕과 왕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셰익스피어식 비극이 아닌가. 거기에다 낭만적인 방랑 기마대의 이미지까지 입혀졌으니 무얼 더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