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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청바지 입은 무릎이 뜨끈하다. 해가 많이 기울어, 까페 통유리 창문으로 햇살이 거의 일직선으로 파고든다. 빛은 테이블 위의 물컵에 부딪혀 사방으로 어지럽게 반사되고, 재떨이에 걸어놓은 담배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가 에어컨 바람에 부딪히며 그 사이를 춤춘다. 유튜브에서 봤던 일본 사이버가수의 데뷔 무대가 떠오른다. 드라이아이스 연기에 빔을 쏘는 정도가 아니라, 3대의 프로젝터가 무대 전, 후면에 설치된 투명한 반사막에 이미지를 송출해 3D로 움직임을 구현하는 홀로그래피 기술을 최초로 선보인 무대였다. 밴드는 라이브로 연주되었지만 무대 앞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가수는 온전히 가상의 캐릭터였다. '얼굴 없는 가수는 얼마나 받았을까. 무대 한번에 2억이 넘게 든다던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보컬마저 디지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