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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종일관 주인공 사울만을 비칩니다. 그것도 사울의 어깨, 혹은 머리만 중점적으로 잡습니다. 그렇다보니 시야가 제한이 되어서 배경이 되는 아우슈비츠는 시각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상당히 답답하기도 합니다. 사울의 얼굴, 사울의 뒷통수, 옆통수, 좀 멀리 잡아봐야 어깨까지 잡은 샷만 보여주니 말입니다. 화면도 탁 트인 시야가 아닌 4:3 화면이라서 더 답답합니다. 하지만 이게 묘하게 막막함을 이뤄냅니다. 아우슈비츠는 수용된 사람들에게는 죽고 싶을 정도로 막막한 곳이었으니, 특이한 방향으로 감정적인 공감을 불러오는 겁니다. 심지어 가스실의 시체가 옆에 산처럼 쌓여있음에도 카메라는 묵묵히 바닥을 닦는 사울의 얼굴만을 비칩니다. 어쩌면 카메라 시점은 세상 만사 관심없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