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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살인 혐의를 쓴 소년 대신 성난 배심원들 모두가 피고인이었더라면 아마 이것과 비슷한 영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피고인이라는 건, 모두에게 사연이 있거나 그 누구의 서사도 중요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한 시간 반 짜리 영화에서 50명이 피고인이라면 당연히 후자인 거지. 그 누구의 이야기도 중요하지 않다는 건 결국 스토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토리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상징성도 없는 한 시간 반 동안, 이기심과 비겁함이 개입하는 논쟁의 각축전에서 사람이 얼마나 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를 쉴 틈 없이 이 각도 저 각도로 계속 보여줄 뿐인 딜레마 게임의 기록 영상에 더 가까운 영화다. 방송 PD인 정종연의 TV쇼 대표작 중 [지니어스 게임]과 [소사이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