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의 형상을 한 슈퍼히어로의 활극이라 하기엔 내게는 너무 슬픈 이야기다. 주인공 헬보이는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인 이방인. 제국주의 괴물들의 초과학에 의해 낯선 땅으로 끌려 온 꼬마 악마는, 자신의 정체성에 진지하게 고민할 틈도 없이 가족애에 이끌리고 휴머니즘에 덜미 잡혀, 오히려 자신과 근본이 같은 괴물들과 싸우는 일종의 노예 검투사로 자라난다. 그가 부모라, 가족이라 믿는 이들은 그가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을 강요한다. 생각해보자, 그의 뿔을 최초로 자른 것이 과연 그 스스로였을지. 헬보이가 거친 언행 사이에 보이는 휴머니즘은 오히려 그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악마가 어째서 휴머니즘에 입각해야 하나. 라스프틴과 나찌 잔당은 인간의 적이지 악마의 적이 아니다. 최후에 헬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