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두침침한 방에 있다. 한 발짝씩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내 귀를 때릴 무렵, 방안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짙은 색깔의 목재로 만들어진 아늑한 방이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며 바로 앞에 침대를 비춘다. 침대를 중심으로 깨끗한 옷을 입은 어른들이 서 있다. 한 여자가 물이 가득 찬 나무통을 침대 옆에 둔다. 나는 침대 위에 누군가 있음을 알아자리고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쉽사리 틈을 내어주지 않았고, 나는 겨우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람이 누군지 만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다. 아무것도 입지 않고 몸 위를 새하얀 천으로 덮은채 긴장 한 듯 굳어있는 표정으로 천장을 응시하고 있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