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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뜻하는 바 처럼, 어지러운 것은 열도의 정세도 가족의 질서도 아닌 다이묘의 통찰력이다. 난세를 헤쳐 온 늙은 권력자의 눈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종자로 붙어있는 익살꾼조차 정확히 보고있는 것들을 마치 하늘에 구름 끼듯 흐려진 통찰력으로 인해 모두 놓치고 만다. 큰 아들 타로는 우유부단했으며 둘째 지로는 피를 보는 성정이었다. 각각 노란색, 빨간색의 기치(旗幟)는 그들의 그러한 성품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하늘색 기치를 내세우는 셋째 사부로는 세 아들 중 유일하게 정직한 대장부였으나, 새파란 하늘에 적란운이 뭉글거리는 도입부 장면은 사부로의 앞날에 대한 복선이기도 하다. 모르긴 몰라도 며칠을 꼬박 기다리며 영화 스탭들을 고생시키며 찍었을 게 뻔한 그 (고요하면서도 아찔한) 장면이야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