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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브리즈번에서 남은 열흘을 보내는 동안 나는 지옥같은 16인실을 떠나 한용이가 사는 아파트로 들어갔다. 빈 자리가 없어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베란다에서 잠을 자야 했지만 그도 괜찮았다. 날씨가 더워 베란다가 가장 시원했기 때문이다. 모기를 좇다가 새벽에 잠이 깨면 한동안 보름달이 뜬 고즈넉한 도시를 바라보다 다시 잠이 들고는 했다. 버스킹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성훈이형과 네 번의 버스킹을 더 했고 합쳐 여덟 시간 동안 노래를 불렀다. 성훈이형의 기타 케이스에 모인 돈은 200달러가 넘었고, 우리는 사이좋게 절반씩을 나눠 가졌다. 십만원이 넘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브리즈번에서 머무는 마지막날 저녁, 나와 친구들은 버스킹으로 번 돈으로 아파트의 테라스에서 파티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