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11/12/2012 / 그랑자트의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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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발코니 쪽 나무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거기에 빗줄기까지 더해진다면 캐서린의 환청이 들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렛 미 인, 렛 미 인. 웬만해서 한 번 읽은 소설은 다시 읽지 않는데 <폭풍의 언덕>은 예외였다. 게다가 드라마와 영화들까지. 안드레아 아놀드가 연출한 <폭풍의 언덕>에선 히스클리프가 미친놈처럼 묘사되지 않아 좋았다. 히스클리프는 생각했던 만큼 음울했지만 광기에 휩싸이지도 않았다. 굴곡지고 명암이 뚜렷한 원작에 비해 영화는 다소 단조로웠다. 캐서린의 죽음까지만 영화화한 탓에 원작에서 인상적이었던 도입부도 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아놀드의 <폭풍의 언덕>은 이전 버전들과 달리 정념보다는 황량한 풍광에 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