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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상당히 부조리한 이야기다. 왕자가 목숨을 구해준 값을 지불하는 보은의 이야기가 아니다. 왕자를 구한 인어공주가 다시 한번 왕자와 만나고 싶다는 일념으로 목소리를 버리고 인간이 된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순간 그 마음을 전할 수단은 사라진 것과 다름 없는데도. 관계라는 게 먼저 마음 준 쪽이 반절 이상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라지만, 인어를 인간으로 만드는 마법이 있다면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인간이 가장 완벽한 피조물이라는 관점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어가 그 사랑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인간의 영역에 몸소 뛰어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갱신한 작품은 슈렉이라고 생각하는데, 오우거가 인간이 되는 것만이 행복한 결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설파했다.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