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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슬래셔 무비에 흔히 나오는 도로 위의 살인마. 그것을 역으로 뒤집어 도로가 곧 살인마라는 지극히 [환상특급]적인 설정의 영화. 작중 다뤄지는 것들은 가부장, 마리화나, 혼전 임신, 불륜 등 가족 테마의 흔한 공포들이다. 거기에 더해, 끝이 보이지 않는 음산한 고속도로와 사방 분간할 수 없이 울창한 숲의 조화, 도로 위의 낯선 존재라는 미국적 공포들이 깔린다. 나는 이 영화를 '아메리칸 주마등'이라고 평한다. 차는 달리고 있으나 이야기 구조는 캠프 호러를 닮는다. 사방 트였으나 그 가운데의 고립감이라는 기묘한 이질적 정서. 저예산의 자구책이었겠으나 훼손된 시체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끔찍하다. 블랙 코미디라는 것은 그 주체들이 진지하게 굴수록 더 웃긴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