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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가 환갑에 맞이한 덕혜는 늦둥이의 특권이랄 수 있는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황실 주변으로는 서슬 퍼런 일제의 망령이 어른거리며 시간이 갈수록 옥죄어오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덕혜옹주만큼은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황실 이곳 저곳을 헤집으며 해맑은 표정으로 쏘다니곤 했던 덕혜옹주다. 한편 이완용과 한택수(윤제문) 등 매국노들이 온통 득시글거리는 조선 황실에는 까닭 모를 비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고종이 승하한 건 이 즈음이다. 덕혜옹주는 어릴적부터 기개가 남달랐다. 간신들의 일본 앞잡이 노릇에도 굴함 없이 꼿꼿하게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던 그녀다. 그러던 어느날의 일이다. 일제는 눈엣가시였던 고종이 승하하자 내선일체를 내세우며 조선 지우기에 본격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