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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재미있는 건 그 전복적인 구조에 있다. 기본적으로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 액자 구조였음이 영화 말미에나 밝혀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브라이오니가 순간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세실리아와 로비의 삶을 뒤틀어 놓은 이유는, 기억의 혼란이라든가 로비에 대한 왜곡된 애정 등이라고 영화에서 상당히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 근본에는 과도한 자기중심적 사고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브라이오니가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 건 특유의 결벽증적인 성관념과 더불어, 가질 수 없는 것을 파괴하려는 유아기적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성년이 된 브라이오니가 과거를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대목이 되면 당황스럽다. 시간상으로 존재하는 5년의 공백을 두고 뒤늦게 참회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