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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뜨지 않은 새벽, 일어나 짐을 꾸린다. 어느새 짐 꾸리기에 익숙해졌다. 떨구거나 흘리거나 하는 일도 없다. 앙꼰 호텔 테라스에 마지막까지 말린다고 두고 온 비키니 빼고. 그러나 걱정 없다. 여벌의 수영복이 있으니까. 수영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물 속에서 너울너울 팔다리를 저으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뒤집고 누워 발을 살랑이면 썬그라스 너머 해가 동그랗다. 어디어디 바다든지, 어느어느 수영장이든지 수영하는 동안은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뭍에서 조금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비냘레스는 아바나 서쪽 방향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모고테라 불리는 거대한 암석 절벽으로 유명한 동네다. 자연 경관이 도시를 상징한다는 것은, 그만큼 화려한 도시는 아니란 말. 그 작은 도시에는 담배밭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