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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배우의 이미지 그 자체가 영화의 전부를 결정짓기도 한다. 아마 워너가 신뢰했던 건 진 해크먼과 말론 브란도였겠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끝을 장악하는 건 크리스토퍼 리브의 존재감이었다. 심지어 점점 힘이 빠져가는 후속작들을 세 편이나 지탱한 것 또한 오로지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캐릭터 하나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시대를 앞선 특수효과들이 선보이지만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특수효과는 그 또한 리브의 얼굴이다. 그리스 조각상과 같은 조형미도 일품이지만, 미세한 얼굴 근육의 연기만으로 클락 켄트와 슈퍼맨을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연기는 그 어떤 특수효과 이상이다. 이 영화의 리브에 대해서 만큼은, 그깟 안경 하나 썼다고 사람 구분을 못하냐는 잔소리는 할 수가 없다. 다른 어떤 슈퍼